블로그 이미지
for abundant and colorful life
Sophie Kim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Oct 15, 2005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봤다.
찬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계절이라 그런지 요샌 가슴훈훈한 멜로영화들이 인기다.
결코 달콤하지만은 않은 우리 인생이지만 감히 아름답다고 표현할 수 있는 시간들,
바로 그러한 순간들때문에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하는 것 같다.
이 영화는 바로 그러한 순간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 영화의 주제를 축약한 엔딩타이틀(니체의 quote)...

'몇번이라도 좋다. 이 끔찍한 생이여, 다시!'

정말 멋진 문구가 아닐 수 없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라면 더욱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오미희... 완벽한 캐스팅이였다.
어쩌면 그렇게 아름답게 나이들 수 있는 지... 그녀의 미소는 정말 백만불짜리다.
오드리햅번이 되고 싶어하는 만년공주병에 걸린 철없는 중년의 캐릭터였지만,
그 모습이 결코 한심하거나 밉게 보여지지 않았던 것은 오미희만의 분위기 탓인 것 같았다.
고집불통 극장주인 주현이 오미희에게 어설프게 작업을 거는 것도 너무 웃겼다 ㅋㅋ
맨 마지막 오미희를 위해 만든 비디오영화로 인해 그 둘의 사랑은 이루어진다.
그 영화에서만큼은 그녀는 3만원짜리 단역이 아닌 오드리햅번이었다.



이 커플을 보는 내내 마음이 애절했다.
현실이 만만치 않다는 걸 가장 잘 보여준 커플임. ㅠㅠ
어수룩하고 서툰 말솜씨로 지하철에서 허접물건들을 팔면서 하루하루 버티는 임창정에게
유일한 삶의 원동력은 그녀의 약혼자이자 동거녀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들 앞에 숙명처럼 놓인 힘든 현실때문에
그들의 사랑은 더욱 값지게 피어나는 듯 했다.
저렇게 사랑하면서 행복해 하면서 현실을 이겨내는 장면들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못말리는 이혼녀이자 신경정신과 의사인 엄정화와 사투리를 구수하게 쓰는 무공해형사 황정민.
정말 코믹한 커플이었다.  
물과 기름처럼 결코 섞일 수 없는 이 둘도 자꾸 부딛치면서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물론 과정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지만...^^
황정민이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사람인줄 몰랐네...



전직 농구선수였으나 지금은 채권회수팀에서 일을 하고 있는 김수로.
전 애인에게 배반을 당해 사랑이란 없다고 믿던 그에게
어느날 갑자기 그를 아빠라 부르는 어여쁜 꼬마가 나타났다.
선수생활시 사랑하던 여인의 아이인데 그 여인은 이미 하늘나라로 가버렸고,
이 꼬마는 죽을 병에 걸려 김수로가 자기를 지켜주기를 원한다.
황당한 만남으로 시작된 인연이지만 꼬마를 위해 다시 공을 잡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금지된 사랑... 예비수녀와 한물간 십대가수간의 사랑.
윤진서는 맑은 마스크때문인지 이런 캐릭터를 자주 연기하는 듯 하다.
우연히 한 병실에 같이 입원하게 되면서 이 둘은 가까워지는데...
(물론 엄정화의 역할이 상당했다^^)
끝내 윤진서는 수녀가 되고야 말지만, 이 둘의 일주일은 정말 아름다웠다.


각기 다른 남녀들의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이지만, 이들은 극중에서 서로 얽히고 섥혀있다.
새로운 장면이 나올때마다 그들의 관계가 드러나는데 이 또한 상당한 재미였다.
각자가 다른 색깔의 사랑을 보여주면서도 전체로 보면 잘 조화되어 있어서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소재들을 현실감있으면서 지루하지 않게 잘 살려낸 듯 했다.
한국판 '러브액추얼리'라는 별명이 따라다니지만, 개인적으로는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