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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phi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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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을 치르고

2010/01/13 18:29 | Posted by Sophie Kim

지난 일요일 오후 회사에서 일하고 있던 촬스에게서 전화가 왔다.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순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지유에게는 증조할머니, 나에게는 시할머니,
그리고 촬스에게는 어렸을때 키워주신 고마운 할머니셨다.

여든이 넘은 연세에도 허리도 꼿꼿하시고, 목소리도 쩌렁쩌렁,
넘어져도 뼈 하나 손상되지 않으셨던 정말 건강체질이셨다.
고령에도 등산도 거뜬하게 다니실 정도로 건강하셨는데,
갑작스런 비보라니...

부랴부랴 지유 데리고 컴컴해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빈소로 향했다.
빈소는 아직 제대로 꾸며지지 않은 상태라 가운데 영정사진만 덜렁 있었다.
사진을 봐도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 되서야 국화꽃이 놓이는 등 
빈소는 조금씩 형태를 갖추어갔고
그 사이에 가족 및 친지분들이 모여들면서 빈소는 눈물바다가 되었다.

슬픔이 극대화되던 순간은 입관식.
하얀 천으로 덮여있던 할머니의 모습이 처음으로 드러난 순간
모두들 슬픔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런 주검을 보는 것은 나로서는 처음이었다.
모습만으로는 편안히 주무시는 것 같은데 얼굴을 만져보니 너무나 차가웠다.
정말 사람의 몸뚱이라는 것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
바로 그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숨이 끊어지는 순간 육신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영혼을 잃어버린 주검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바로 전날까지 마을 분들과 저녁까지 맛있게 드시고 헤어지셨고,
돌아가시던 날에도 오후에 친구분과 만나서 놀러가기로 하셨다는데...
그렇게 갑자기 돌아가셔버리다니 정말 인생이 뭔가 싶다.

삼일동안 잠을 거의 못자고, 5백명도 훨씬 넘는 손님을 치르고 난 상태라
촬스와 나는 지금 제대로 눈도 뜨기 힘들만큼 피곤하다.
할머니가 불교신자셔서 절에서 49제까지 지내기로 한 터라
앞으로도 7주간 제사를 여러번 지내야 한다.

게다가 2주일 뒤면 할머님이 무척 기다리셨던 도련님 결혼식,
그리고 구정, 이어서 아버님 생신까지...
아마도 결혼 이후 가장 바쁜 겨울이 되지 않을까 싶다.

몸은 피곤하지만 입관식에서 뵜던 할머니 얼굴,
그리고 살아생전 씩씩한 목소리로 이야기하시고 인사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명절때 자손들 다 모이면 그 재미로 일년을 보내신다던 할머니...
우리 지유 정말 예뻐하셨는데, 한 번 더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너무 죄송하다.
할머니, 부디 좋은 곳으로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