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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phi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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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르누와르전 - 행복을 그린 화가

2009/06/22 11:48 | Posted by Sophie Kim
장 소 : 서울시립미술관
기 간 : 2009.5.28 ~ 2009.9.13

비오는 날 찾아간 서울시립미술관. 이 날 보았던 르누와르의 전시작들은 마치 이 날의 내 마음속을 그려놓은 것 같았다. 비 내리는 어느 날 한가로이 미술관을 거닐며 그림을 감상하는 행복함. 르누와르는 바로 이러한 일상 속의 행복함을 그림으로 표현하는데 일생을 바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해서 그의 일생 자체가 부유하고 굴곡 없이 행복하기만 했느냐하면 그건 아니다. 물론 타고난 재능을 불태우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와 뜻을 같이 하는 훌륭한 화가들 (바지유, 마네, 모네 등)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의 그림의 가치를 알아준 아트 딜러, 폴 뒤랑-뤼엘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큰 선물을 받은 것이긴 하다. 

그러나 그도 가난때문에 힘든 시간을 버텨야만 하는 때가 있었고, 그가 활동하던 19세기 중후반 무렵의 사회적인 혼란에도 맞서야만 했다. 말년에는 건강이 많이 쇠약해져 손에 붓을 묶어서 그림을 그려야 했으며, 아내를 잃고 두 아들의 부상 등의 시련을 이겨내야하는 시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을 일관적으로  행복한 유토피아적인 그림을 그린 것을 보면 르누와르는 삶의 고난과 역경을 이겨설 수 있는 이상주의자였고, 소박한 삶에 대한 감사함과 만족감을 느끼면서 살았던게 아닌가 싶다. 또한 가족의 역할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그가 평생을 사랑한 아내와 세 아들로 이루어진 그의 가족은 그에게 늘 일상의 아름다움이란 영감을 떠올리게 한 것 같다. 스스로 가족의 따스함을 경험한 사람이기에 보통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그렇게도 따스하고 아름다운 시선으로 그려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는 특히나 여성화를 많이 즐겨 그렸다. 르누와르의 여인들은 신화적으로 이상화시켜 그려져 있지 않았음에도 충분히 사랑스럽고 성스럽고 아름답다. 하나같이 볼그레한 살구빛 볼을 가진 건강한 피부톤을 가지고 있고, 독서나 대화, 목욕 등을 즐기고 있는 여인들의 모습에서는 현실의 냉혹함이나 시대의 혼란상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보면 머릿속이 단순해지고 따스해지고 편안해지고 행복해진다. 그림의 뒷배경들도 환상을 그린 듯 몽환적으로 흐릿하게 퍼져있고, 사람들의 표정도 모두들 온화하고 즐거워보인다. 스냅사진처럼 포착된 그림 속 장면들은 먼 나라 사람들의 팔자 좋은 이야기가 아닌 보통사람들이 매순간 살아가는 일상 속에 숨어있는 것들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느낀 전반적인 소감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럽다는 것이다. 일단 작품 수도 많은 편이고, 르누와르 전반에 걸친 이해를 높이도록 계획된 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아 있다. 내가 보고 싶었던 유명작들이 좀 더 들어왔더라면... 혹은 르누와르의 메인장르는 아니었지만 보다 나은 인물화를 그리기 위한 수련작이었던 정물화나 풍경화들도 좀 더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전시회를 다녀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렇게 목빠지게 기다려 이 때 아니면 못보는 전시회가 아닌, 그냥 보고 싶으면 아무때나 미술관으로 훌쩍 가서 대가들의 작품을 구성할 수 있는 문화예술 유산이 많은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이 몹시도 부러웠다.


마지막으로 여담이지만, 전시회에서 특히나 눈에 들어왔던 작품 몇 점의 이미지도 올리고 그에 대한 감상도 좀 쓰고 싶었는데, 그 작품들의 이미지 파일을 구하는 게 쬐금 귀찮다. 아... 이 귀차니즘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