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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phi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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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더풀 (In the Pool)

2008/12/20 14:11 | Posted by Sophie Kim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현대사회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질병이 있으니 바로 신경정신과적 질환이지요. 대부분의 질병에 스트레스가 원인이 아닌 것은 없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스트레스는 우리 인생에 있어서 절대로 빠지지 않는 필수요소가 되어버린 듯 해요.

스트레스가 심하게 쌓이기 전에 미리미리 잘 핸들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스트레스가 쌓인지도 모르는 채 다른 일에만 열중하다가 어느 순간 몸에 이상이 왔을 때야 눈치채는 사람도 있습니다. 혹은 스트레스 받을까봐 미리 겁먹고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구요. 

요즘 서점에 가보면 행복이니 웰빙 등 삶의 방식에 대한 지침이 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 수많은 책들 속에 공통적으로 다루는 소재가 바로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 하는 문제입니다. 즉, 스트레스는 행복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의미겠지요? <인더풀>의 신경과 의사 이라부는 정말 기괴하고 독특한 처방을 내려줍니다. 잠깐 책 속의 내용을 살펴보도록 할까요.

*  *  *  *  *

"스트레스의 원인을 캔다든지, 그것을 제거할 방법을 찾는다든지, 난 그런 건 안 할거야."
"예?"
"거 있잖아. 요즘 텔레비젼에서 카운슬러가 환자의 고민을 듣고 격려해 주는 장면. 그런 건 말이야,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그렇습니까?"
"그럼! 첫째, 들어서 뭘 하겠다는 거야. 가령, 당신이 과거에 사람을 죽여서 마음의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한다면, 자수를 권하거나 침묵의 대가를 요구하거나 하는 정도겠지."
"아닙니다. 내게 그런 과거는 없습니다."
"골 때리는 윗사람이 있는데, 독살이라도 할 용기가 있냐 하면, 당신, 없지?"
도대체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가는 거야.
"즉, 스트레스란 것은 인생에 늘 따라다니는 것인데, 원래부터 그렇게 있는 놈을 없애려 한다는 건 쓸데없는 수고라는 거지. 그보다도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게 좋아."
"그건 또 무슨 말씀......"
무슨 괜찮은 방법이라도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번화가의 길모퉁이에 숨어 있다가 조폭을 습격한다든지."
카즈오의 미간에 다시 주름이 잡혔다.
"정말 스릴 있을 거야. 그럴 때면 하잘것 없는 고민 따위는 소리도 없이 사라지고 말지. 그렇잖겠어, 쫓기게 될 테니까. 목숨이 위험한 판에, 누가 가정이니 회사니 생각할 수 있겠어."
진심으로 하는 말일까. 가벼운 현기증이 일었다. --- pp.133-135

*  *  *  *  *

카즈오에 입장에서는 참 황당한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틀린 말도 아니에요. 이라부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Why"를 따지지 말고 "What"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이미 엎질러진 물을 두고 왜(why) 엎질러졌을까 캐물으며 따지는 시간에 차라리 이미 엎질러졌으니 이젠 무엇(what)을 해야할 지 고민하라는 것이지요.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를 몇년 전에 읽었을 때는 별 느낌도 없이 그냥 순식간에 읽고 덮어두고 말았답니다. 심지어는 읽었다는 기억만 있지 정확히 무슨 내용이었는지도 기억이 잘 안나는 정도거든요. 아마 그때는 스트레스에 신경을 쓸 겨를도 없이 일에 몰두해 있었을 때라 그런 것 같아요. 물론 그렇게 자신을 잘 돌보지 못한 대가로 한동안 보약을 지어먹어야 했지만...^^

요즘은 스트레스를 잊어버릴 정도로 뭔가에 몰두하지 않아서일까요? <인더풀> 역시 만화책을 보듯 가끔 키득거리며 가볍게 읽었지만, 왠지 제 멋에 살아가는 괴짜친구에게 유쾌한 조언 하나를 들은 느낌입니다.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없애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라부의 말대로 차라리 뭔가를 하는게 더 생산적일 듯 합니다. 일상에 짜릿한 자극을 줄 수 있는 뭔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