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유가 좋아하는 미술놀이 수업하러 가는 날이다.
첫 날 적응시간 삼아 내가 교실로 따라들어간 것을 빼고는
두번째 수업부터 바로 독립 적응 끝. ㅎㅎ
수업시간 내내 한 번도 엄마 찾지 않고 재미나게 놀고 왔었다.
오늘은 세번째 미술놀이 시간.
두번 가봤다고 자연스럽게 교실 찾아서 선생님에게 자랑한다.
"지유 밥 많이 먹고, 시금치도 많이 먹었어. 그리고 고기도 많이 먹고
변기에 응~가 했더니 길쭉한 똥이 나왔어~"
물어보지도 않은 것을 알아서 이야기 하는 지유...^^
이렇게 씩씩한 지유가 오늘은 수업시간에 갑자기 엄마를 찾았더랜다.
이유는 밀가루풀에 두 손 두 발 다 묻혀가며 노는 수업이었는데,
생전 처음 보는 물체가 그 느낌이 질퍽한데가 끈적거리니
몹시 겁이 나고 싫었던 것이다.
다른 아이들은 수개월째 다니는 터라서 거부감 없이 만지고 노는데,
지유는 붓으로만 만지고 최대한 손발에 묻히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 보였다. ㅎㅎ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잘 하고 있었다.
문제는 선생님이 밀가루풀을 바닥에 다 쏟아놓은 후였다.
온통 밀가루풀 범벅인 바닥에서 미끄러지면서 노는 것이 컨셉인데
지유는 일단 이 밀가루풀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보니
넘어지면서 필요이상으로 풀이 손,발,옷에 묻게 되는게 너무 불쾌한 것이다.
드디어 "엄마~"하면서 울음을 터트렸다.
좀 내버려두려다가 다른 아이들에게 수업 방해될까봐 얼른 들어갔다.
하기 싫어하면 그냥 데리고 나오려고 했는데,
눈치를 보니 해보고는 싶은데, 조금 겁이 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나까지 두 팔 걷어부치고 수업에 참여했다.
내가 직접 손에 밀가루풀을 묻혀 지유랑 악수도 해보고
벽에다 손도장도 찍어보고, 마음껏 그림을 그렸더니
지유는 금새 거부감을 극복하고 잘 만지고 놀았다.
지금 지유는 낮잠 자고, 세탁기 부지런히 돌리는 중이다.
***
지유는 새로운 것을 맛보거나 만져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좀 있다.
처음 보는 음식은 일단 거부한다.
여러번 보여주고, 먹는 시범 보여주고,
아주 조금씩 점차적으로 맛보게 해야 먹는다.
만져보거나 밟아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처음 보는 것이면 일단 눈으로만 탐색한다. ㅋㅋ
정말 징그러운 뱀은 책에서 봤다고 바로 만져보더니,
모래를 처음 밟으면서 어찌나 질색을 하던지...
잔디 위를 걷는 것도 처음엔 정말 무서워했다.
물론 지금은 잔디 위를 걷는 것도, 모래놀이도 좋아한다.
생각해보면 클레이도 처음부터 좋아하진 않았었다.
엄마가 만지작거리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만지기 시작했다.
그러니 오늘 밀가루풀은 얼마나 더 했을까... ㅋㅋ
지유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난생 처음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에 대해 두려움이 있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엄마가 하는 걸 보고 금방 안심하고 따라하는 걸 보면
엄마에 대한 믿음은 확실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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